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박 해정

지극한 아름다움 속의 화려함 보다는

그저 그런 평범함을 심고 싶다.

 

그대가 지나는 길

당신의 뇌리 속에 흔드는

황홀한 네온사인의 불빛 보다는

어딘지 모를

한 시골 소녀의 손에 담겨진

진홍빛 봉숭닢 빛깔 속에 살고 싶다.

 

수없이 현인의 사랑 받는

한 떨기 꽃잎 위에 피어나는

영롱한 이슬 보다는

언제나 화목한 작은 지붕 밑

처마 끝으로 떨어지는

그저 그런 물줄기가 되고 싶다.

 

차가운 시선 속에

인간의 나약함과 비굴의 이기심을

한 조각 얇은 천으로 감추고서

위대함을 과시하기 보다는

지나간 시간의 길목으로 돌아가

찢어지고 흩어진 나를

하나 둘 주워 모으고는

지쳐가는 한 몸을 쉬어 보내고 싶다.

 

지금

나는 지극한 아름다움의 화려함 보다는

오직 평범함 곁에 있고 싶다.

1986. 9. 25