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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 인

박 해정

태양은 오늘도

생의 이별을 고한 채

자그만 산마루 아래

제집으로 향한다.

 

화려한 한낮의 환각 속에

숨겨뒀던 추억의 은빛 수들은

이제 진 빛을 발하며,

고아한 잿빛의

한 옛 여인의 자태에

어우러져 내린다.

 

행여나 보일세라 까만공길 젖혀보고

보고픈님 모습일랑 연못가로 지쳐보는

님향해 그윽히 젖는 여인네의 선마음.

 

해묵은 제품속에 고요히 간직해온

한홍빛 노리개를 쓰담아 또 채우고

깊은밤 어둠속으로 흐느낌이 녹는다.

 

아! 허전한 여인네의 숨결은

한 순간 연못 속으로 비치는

님의 미소위로 퍼져 내리고

숙연한 여인네의 자태는

님 없는 세상에 영원할

약속의 표식으로 화한다.

1986. 11. 22