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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(시월의 어느밤)

박 해정

하루를 달려 머무는 그곳엔 아늑한 휴식이 있소.

혼란한 한때가 끝난 그곳엔 긴 고요함이 있소.

그리고 여기 자기자신을 찾아 든 내가 있소.

 

한숨이 피어 날 땐 녹아 스미는 무한한 공간이 있소.

고독감이 젖어들 땐 나를 찾아온 별 친구가 있소.

또 공허한 추억의 향수 끝엔 희열의 희망이 있소.

 

그래서 나는 고달프지 않소.

아무것도 없는 듯 침묵한 어둠의 밤은

껍질만 남은 나의 몸과 마음을

다시금 꽉 채워줄 수많은 무엇들로 차 있다오.

87. 10. 17