박해정
오늘은 왠지 글을 쓰고 싶었다.
지하철 역을 나와 조금 걷다 보면,
저절로 흐르는 노래 소리가
오늘은 유난히 가라앉아 있었다.
나즈막한 언덕배기 육교를 오르면
밤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들이
아파트 사이로 비좁게 서있다.
서울 살 때 처럼 요란한 밤이
아니어서 좋다.
약간은 삭막한 듯한 아파트 단지 속이지만
그래도 감도는 공기는, 전에 그것보단 낫다.
자그만 고교건물은 늦도록 재잘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.
하루에 서너 번도 더 마주치는 경비 아저씨는
한번도 놓치지 않고 인사를 하신다. 나도 덩달아...
지금 글을 쓰며 나는 사각사각 대는 소리가 참 좋다.
오랜만의 애인을 만난 듯 기분이 하늘을 난다.
약간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에어컨 보다 시원한
자연 바람이 들어온다. 그래...
긴 호흡 속에 느껴지는 맑은 생각들. 그래...
내일은 더 멋진 하루일 거야.
사람을 사랑하며...
1994. 4. 16 AM 2시
- 연필로 쓰는 길 -